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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사무실

우리모두는 그리스도의 지체입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마련된 이곳에서 인간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합니다. 우리의 작은 소망이 이 세대에 향기가 되어 피어오르고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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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로 손발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워 컴퓨터 자판에서 한 음절을 치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김성태씨는 매일 빠짐 없이 단 몇 줄이라도 묵상글을 쓴다.

김성태(대건 안드레아·56)씨는 선천성 중증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혼자서는 문지방조차 넘을 수 없었고 말도 잘 할 수 없었다. 열아홉 나이에 혼자 한글을 익히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싶은 목마름에 치열한 노력을 더했다. 그리고 스물아홉, 세례를 받은 이후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베들레헴 공동체(사회복지법인 베들레헴) 가족이 되면서 매일 복음을 읽고 나누며 주님이 알려주신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주님을 따르는 길에서만큼은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담백 풀어낸 복음묵상글을 산 너머에는 산이 있었네(205/15000/대건인쇄출판사/구입문의 054-262-8580)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냈다.

느릿느릿 컴퓨터 자판 한 개 한 개를 눌러가며 10여 년간 써온 결실이다. 그는 이웃들은 나처럼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길 바라는 작은 마음에서 나누고 싶은 묵상글이라고 말한다. 사순 시기, 더욱 뜻깊게 다가오는 복음묵상집의 저자 김성태씨의 목소리를 옮긴다.

가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넌 죄를 안 짓고 살겠다.’ 아니었습니다. 움직임에 제약이 따르니 행동으로 큰 죄를 짓지는 못했지만, 마음가짐이 문제였습니다. 주인에게서 받은 한 달란트를 그냥 땅에 묻어둔 종과 같이.”

복음 나누기를 하면서 장애를 원망하며 품고 있던 비관의 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글도 읽지 못하고 방 안에서 꼼짝도 못하던 긴긴 시간, TV 속 성당과 고해성사 장면, 수녀님들의 기도 모습 등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114 전화번호 안내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담원은 어눌한 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다행히 인근 성당 번호는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수녀님들께서 집으로 찾아와주셨고, 통신교육을 받았습니다. 세례를 받고서도 막연했습니다. 하느님께선 어떤 분이신지, 요한 세례자는 왜 광야에서 회개를 외쳤는지. 그저 하느님께서 계신다고 믿고 기도하면 신앙을 갖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매일 복음 나누기를 하면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말씀을 체험하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저의 온 삶을 주님 말씀에 투영해 성찰했습니다. 그 과정을 틈틈이 글로 옮겨봤습니다.

베들레헴 공동체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주님 안에서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갑니다. ‘복음과 함께하는 가족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베들레헴 공동체 조영희(아가타) 공동원장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시작하게 됐고, 어렵지만 글을 쓰면서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건, 나누는 건 누구보다 자유롭게 또한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저는 없는 게 많은 사람입니다. 대표적으로 학력이 없지요. 처음엔 저는 가진 것이 없어 나눌 것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받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정부보조금에서 쪼개 받은 용돈 몇천 원씩을 모았다가 공동체 가족들과 저희를 위해 헌신해주시는 직원들을 위해 간식을 사고 경조사비를 내는 작은 실천에서 얻는 기쁨은 그지없이 컸습니다. 주님 말씀을 듣고 나눌 때마다 신이 났습니다. 저는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희망 덕분에 날마다 웃습니다. 변하지 않고 어둠의 삶에서 생을 마감한다면 예수님께서 유다에게 하셨던 말씀을 저에게도 하실 것만 같습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마태 26,24) 이런 말씀을 듣지 않으려면 계절의 봄을 제 자신의 봄으로 받아들여, 저만의 꽃을 피워야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저는 묵상글을 씁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